삼성의 아파트 상표(브랜드) 명은 래미안(來美安)이다. ‘미래의 아름답고 편안한 집’이란 뜻으로 ‘영어 명칭이 판을 치던 시절에 삼성은 우리말로 지으면서 차별화를 시도하는데 돈을 엄청나게 퍼부었다’는 말을 제일기획에 근무한 광고쟁이 친구에게 들었다. 엘지는 자이로 역시 한글표기이나 대구의 우방은 ‘드림시티’고 유통에서 주택시장으로 진출한 롯데는 ‘캐슬’로 누가 프로인지 보여준다.
우리 딸 이름은 해린이다. 우리말 이름을 짓기로 부부가 합의하고 고민하다 ‘하늘의 해와 같은 사람(어린이)’이란 뜻으로 ‘해린’이라 지었다. 무엇보다 손녀에게는 돌림자를 강요하지 않는 아버지의 성차별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막상 짓고 보니 아이가 예민한 사춘기 시절 이름 때문에 놀림은 당하지 않을지 걱정이 되어 당시 중고등학생이던 질녀들에게 묻자 ‘삼촌, 놀림 당하지 않겠는데요. 한자 이름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고 부르기도 좋아요’라며 동생의 이름을 환영해 주었다.
이처럼 자식의 이름을 짓는데 몇 달 고민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이름이 다가 아니지만 수시로 불러야 하기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수 백년 갈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이름을 짓자면서 우린 몇 달 걸렸고 제대로 된 토론을 하고, 전문가의 견해를 듣거나 우리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봤는가?
원안인 녹색사회노동당의 제안자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나 당원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수정안인 무지개사회당도 부결 되고 원안 역시 2표 차이로 통과되지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진보 정치할 자격이 없다.
실패한 이유는 첫째, 녹색사회노동당은 당내 정파인 녹색사회주의연대가 떠오른다. 특정 정파의 이름을 당명으로 할 수도 있으나 ‘왜 녹색사회주의라야 하는가’에 얼마나 충실 했는지 고민해 봐야한다. 일부 반대하는 당원들이 당권파가 당 이름까지 비슷하게 지으려는 건 ‘독식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접근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하고.
둘째, 이름이 너무 길고 이상하다. 평소 우리를 지지하는 분들에게 ‘녹색사회노동당’이 어떤지 물어보면 안다. 민주노동당 시절 시민들이 ‘민노당’으로 불렀다는 걸 우린 생생이 기억한다. 이상하게 우리 사회는 정확한 명칭보다 약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가 통합진보당을 통진당, 통합진보당을 진정당으로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국에서 어떻게 당 이름을 짓는다고 따라하려는 건 한국사회의 정서를 모르는 것으로 세상 공부 좀 더 해야 한다. .
셋째, 표를 모으는 과정에서 대의원들에게 노심이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원안이 통과 안 되면 당이 깨질지 모르고 집행부가 사퇴해 혼란을 초래한다’며 으름장 대신 ‘왜 녹색사회노동당이어야 하느냐’며 설득하지 않았다. 전화한 사람은 호소를 했을지 모르나 듣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끝으로, 녹색사회노동당이 경선에 올라간 과정이 매우 석연치 않다. 무리하게 밀어 붙였으니 반발은 당연한 것으로 우리 대의원들을 무시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무지개사회당 제안을 한 동지가 전화를 했을 때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자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될 것 같아 그런다.”고 했다.
그런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정안이 절반 가까이 득표한 것은 원안에 대한 분명한 반대가 많았다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부결된 걸 갖고 마치 사회당계가 다 한 것처럼 막말을 마구 뱉어내는 사람들을 정말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수정안에 절반 가까이 찬성한 대의원들이 표를 주지 않고 통과에 2표 모자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력 부족’이란 말 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 (사진: 당 홈페이지)
덧 글: 당명 원안이 부결되자 이용길 대표가 ‘번안동의’를 요청한 것은 회의 진행의 기본인 일사부재의 원칙을 무시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심각한 발언으로 당원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