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게 뒤통수 맞은 것은 자업자득
민주당이 한EU FTA 통과를 묵인했다.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박희태 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 밀어 붙인 것은 이미 짜 놓은 각본이다. ‘4.27 재선거’에서 야권 연대를 하면서 민주당은 텃밭인 순천에 후보 공천조차 하지 않았다. 선거 결과 민주당이 압승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약할 때는 ‘야권연대’를 말지만 힘이 좀 붙는다 싶으면 제 버릇이 튀어 나온다는 걸 바로 보여 주었다. 이런 민주당과 야권 연대를 한 민주노동당의 꼴이 아주 우습게 되어 버렸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합의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럴 수가 있느냐’고 고함을 질렀지만 그들의 본질을 몰랐다면 멍청한 짓이고, 알고도 눈 앞의 이익 때문에 손을 잡았다면 ‘쇼를 한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이 내 놓은 한미FTA를 반대하지 노무현 정권이 국회의원들을 풍찬노숙 시켜 가면서까지 밀어 붙인 건 반대하지 않는다. 지방선거의 연장선 상에서 이번 재선거에서 야권연대라고 포장한 거래를 통해 국회의석 하나를 챙겼다.
과연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의 본질을 모르고 거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잘 알면서도 순간의 달콤한 맛이 좋아 삼켜 놓고는 ‘뒤통수 맞았다’며 고함질러 봤자 헛물켠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합의문을 선거가 끝난 후 봤다’고 했다. 원내대표가 다른 당과 연대한 내용을 보지 않았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순천에서 당선된 김선동 씨는 ‘정권교체를 갈망한다는 게 증명되었다. 야권 연대의 승리’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 야권 연대가 어떤 것이라는 게 명확히 증명되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원한다면 최대주주들이 나서라.
진보신당의 일부가 연립정부 구성이란 꼼수를 부렸지만 최고 의결 기구인 당 대의원 대회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되었으니 다행이다. 이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바라보는 진보정당의 진로가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걸 보여 준다. 나는 이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감히 말한다. 이렇게 뒤틀린 걸 바로 잡으려면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일부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게 민주노동당의 당내 구조라면 심한 말인가?
진보신당은 당내 명망가들을 향해 다소 거칠긴 하지만 성역없는 비판을 할 수 있지만 민주노동당은 그렇지 않다. 이런 잘못된 틀을 깨지 않으면 진보정당 통합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이럴 때 실세들이 솔직하게 나서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정녕 진보정당 대통합을 원한다면 당내 최대 주주들이 직접 나서서 소수 정당의 실체를 인정하고 지난 날의 잘못에 대해 진솔한 고백부터 먼저 해야 한다. 잘못을 고백하는데 비난하거나 욕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숨기는 게 비겁한 짓이다.
정말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원한다면 힘 없는 이정희 대표가 아닌 김창현ㆍ이용대를 비롯한 실세가 문제 해결에 직접 움직여야 한다. 그와 함께 당을 좌지우지 했던 정파 공개부터 먼저 하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는 안 풀린다.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한 내용을 과감히 수용하고, 위에서 거론한 정파 공개를 한다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회’의 합의 내용이 조금 부족해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지 그렇지 않으면 이미 건널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가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의의 결의 내용은 요구 수준이 매우 높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이것을 무시하면서 쪽수로 밀어 붙인다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갈 수 밖에 없음은 불문가지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노동당의 실세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안 보인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자 독자론을 말하는 당원들의 견해다. 실컷 거래해 한 몫 단단히 챙겨 놓고는 ‘뒤통수 맞았다’고 하는 것은 뻥이다. 이번 한EU FTA 통과를 묵인한 민주당의 행태를 보고 진보신당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사진: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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