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고 앞산을 지키기 위해 앞산꼭지들이 드디어 ‘나무 위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달비골 입구에서 18미터 가량 되는 곳에 설치했으니 고공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으리라 믿습니다. 이 ‘나무 위 농성장’을 짓는데 건설 노동형제들이 없었더라면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순찰차를 몇 번이나 피해가며 야간작업을 했습니다. 마치 게릴라전을 하듯 순찰차가 지나가면 담뱃불까지 끌 정도로 철저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전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앞산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 주셔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누구 주도하에 지었는지 경찰이나 공원관리 사무소는 궁금해 할지 모르겠지요. 제가 명색이 건설현장 밥을 먹은 지 20년이 넘는데 이 정도로 사람 못 모은다면(?) 밥숟가락 놓아야 합니다. 야간특근 수당은 끈질기게 ‘아닌 것에 저항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게 도리일 것 같습니다. 추운 날 손전등을 비춰가며 작업해 주신 건설노동 형제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전하려 합니다.
첫 농성자로 올라가는 오규섭 목사님을 앞산꼭지들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 상수리 나무 위의 집을 ‘달비골시립기도원’이라 이름 짓고 ‘앞산을 살리고 생명을 지키는 기도’를 하러 올라갔습니다. 역시 목회자다운 표현인 것 같습니다.
앞산을 지키는 순간순간을 기록하는 아름다운 여성 한 분이 줄다사리를 타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밑에서 잘 잡아 준다고 해도 그 높은 곳을 오르내린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지요. 기록을 남기기 위한 그의 노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달비골 바로 옆 장미아파트 주민인 손태익 꼭지는 일요일 쉬지도 못하고 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특별히 개발한 ‘웰빙어묵’ 포장마차의 사장으로 수고 있습니다. 가마솥에다 한방 약재를 넣어 달인 어묵을 등산객들에게 제공하면서 ‘앞산터널’은 달비골을 파괴하고 앞산을 죽인다는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