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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같은 네티즌을 잡으려는 이명박의 분별없는 지도력

녹색세상 2008. 11. 22. 23:55
 

환율이 장중 1,500선을 돌파하고, 주가도 또 다시 1,000선 이하로 밀려나기를 거듭한다. 지금까지 엄연히 주인이 있는 각종 연기금까지 쏟아 부은 정부의 위기대응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 위기가 각설이처럼 죽지도 않고 자꾸만 오는 통에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일상처럼 되어버렸다. 인터넷 논객인 필명 ‘미네르바’의 예측이 지나칠 정도로 맞아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야 이 위기가 진정될지 그것조차 가늠하기 힘드니 이건 마치 옛날 군대 점호시간 기다리는 이등병 마음처럼 늘 불안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보여준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으로 볼 때 앞으로 이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게 없다는 희망과 신뢰의 상실이다. 정부의 대책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언하건데 그 핵심에는 이명박의 분별없는 지도력이 버티고 있다.

 

 

먼저 지적하고 넘어가야할 것은 이명박의 단기성과주의와 조급증이다. 그에게 있어 단기간 내 눈앞에 보이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거의 병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부고속도로와 아파트건설, 청계천복원사업등과 같이 눈앞에 보이는 성과는 언제나 그의 인생을 승승장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기성과주의의 성공이 이제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집권하면서 보여준 환율인상, 감세, 건설경기부양 등 조급증을 동반한 단기성과주의가 한국경제를 점점 더 벼랑으로 내몰고, 부실을 점점 더 키워만 가는데도 당장의 평가에 연연하는 그의 단기성과주의에 대한 집착은 하루 살다 말 것처럼 조급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정부의 경제정책과 위기대처가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가공될 수 밖에 없다. 다른 정책적 대안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조급증에 맞추다보니 경제위기가 벌써 몇 달이 되가는데도 앞으로 2~3년간 지속될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준비된 장기적 플랜이나 로드맵하나 변변히 내놓지 못하고 그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우선 처리하고 보자는 식의 일관성 없는 단기처방만 난무하게 된다. 그 단기처방이 차후  경제전체에 커다란 부담이 되어 돌아오더라도 당장 대통령의 득달같은 조급증에 맞추려다보니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도 없이 뭐라도 만들어 일단 모면이나 하고보자는 속셈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정책이 이토록 납기일에 �기는 물건처럼 만들어지다 보니 날림 투성이 정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위기국면이 하루가 멀다않고 다시 찾아오는 것은 그래서 너무도 당연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자수성가한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성향이지만 이명박의 독선적 자기 확신은 지나치리만큼 강하다. 그에게 있어 자신과 자신의 확신에 대한 반대는 모든 것이 시련으로 인식된다. 그에게 있어 시련은 이겨야할 장애물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법이 없다. 이러니 장관을 아무리 바꾸라고 해도 요지부동일 수밖에 없고 감세와 부동산경기부양을 아무리 비판해보았자 그에게는 그런 비판쯤은 뛰어넘어야할 한낱 장애물에 불과하다. 또한 자신은 결국 이런 시련(?)을 모두 이기고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자기최면에 지나치게 몰입된 탓에 우리나라가 금융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날 것이라는 말과 같은 비현실적 낙관론에 빠지기 일쑤다. 대통령의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하다보니 주변의 참모들이나 각료들은 물론이고 당에서도 대통령에게 감히 직언할 엄두조차 못 낸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모든 사람이 대통령의 입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


더 지적해야 하는 것은 이명박의 자기 기만적인 언행이다. 도무지 대통령의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그 말에 신뢰성과 일관성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말로 고생했던 대통령이었지만 그 표현이나 방법이 지나치게 직설적이거나 전투적이었기 때문에 공격을 받았던 것이지 (물론 조중동의 왜곡이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말 자체의 논리성이나 진실성은 그렇게 의심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의 경우는 애초부터 지성적 능력과 논리적 사고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것을 보완할 학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인지 이명박의 말은 최소한의 논리성이나 진실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여간 본질과 다르게 말하는 데는 천부적 재능을 타고 난 듯하다.


가령 대통령이 서민들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쓸 것이라고 틈만 나면 말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대통령은 틈만 나면 위기는 없을 것이라 하지만 위기는 여전히 심화된다. 급기야 오바마 당선자가 자신과 철학이 비슷하다는 말까지 하지만 정작 오바마는 이명박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사례가 있지만 이 정도에서 그만두자. 하여간 제대로 현실과 일치하는 말을 듣기가 가뭄에 콩 나는 것 보기보다 힘들다. 그러니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간다. 아마도 이 정부가 받고 있는 불신의 아주 많은 부분은 대통령이 입으로 만들어낸 불신이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대통령의 권한이 큰 대한민국에서 70년대식 사고로 무장한 한물 간 인물이 조급증을 동반한 단기성과주의에 목을 매고, 남의 말에는 조금도 귀 기울이지 않는 독선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실정은 인정하지 않고 일개 인터넷 논객이 ‘유언비어를 살포해 경제위기가 왔다’는 식의 헛발 짓에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처럼 언론 통제까지 해대고 있다. 거기에다 진실과 논리적인 사고마저 결여된 지도자가 대통령의 직책을 수행하는 것을 앞으로도 4년하고도 3개월을 더 보아야 하니 그저 난감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경제수장을 발탁해 경제는 그 사람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경제에서만이라도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있으면 좋으련만 쓸데없이 앞에 나서기는 또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하여간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야, 앞으로 얼마나 더 불안해야 그 세월이 다 지나갈 지 그저 그 시간 보내는 것이 이등병 제대 기다리는 것보다 더 까마득하다. 참으로 요즘 같으면 이 더러운 꼴 안보고 한 4년 정도 잠들었다가 때가 되어 깨는 그런 약이 어디 없나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절로 드는 하수상한 시절의 연속이다. (그림/손문상, 한토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