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입회…사원행동, 청원경찰들과 몸싸움
KBS 이사회는 오후 2시 현재 ‘속전속결’로 후보 면접을 강행하고 있다. 각 후보당 면접시간은 약 30분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 김은구 전 KBS 이사, 김성호 전 KBSi 사장은 면접을 마쳤다. 낮 12시 55분 KBS 구성원들을 피해 KBS 견학홀 등 우회통로를 이용해 입회한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도 곧 면접을 치를 예정이다. 이병순 사장의 입회를 확인한 KBS 사원행동 측은 오후 1시 10분부터 본관 6층으로 올라가는 양측 계단을 점거하고 청원경찰들과 극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사원행동 측은 “이사회가 열리는 6층 복도 일부만이라도 열어 달라, 10명만 올라가서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요구했다.
▲ 25일 오후 KBS사장 후보자 면접을 마친 유재천 이사장이 여의도 KBS본사 지하식당 통로를 이용해 빠져나가는 가운데, 뒤 �아온 사원행동 직원들을 청원경찰들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그러나 청원경찰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6층으로 통하는 철문은 굳게 닫혀 있고 청원경찰들이 밀려드는 KBS 사원들을 막고 있다. 이 과정에서 KBS 안전관리팀 직원들이 6mm 캠코더 등을 이용해 채증도 하고 있다. 일부 사원들은 “KBS 직원이 왜 KBS 직원을 찍느냐”며 “보도 목적이 아니니 촬영테이프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안전관리팀 직원들은 “안전 관리차원에서 찍고 있다, 어디에도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사원행동’과는 달리 노조는 회사 측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있다. 박승규 노조위원장은 “물리적 방법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싶지 않다,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방식을 이용할 것”이라며 “KBS 경찰력 난입, 부적절한 청와대 회동을 한 유재천 이사장의 경우에도 물리적 방법이 아닌 합리적 방법을 통해 자진 사퇴하도록 여론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김은구 전 이사나 유재천 이사가 문제이지, 이사회 전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며 “김 전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후보들은 정치적 독립성을 가진 인사라 판단하기 때문에 김 전 이사만 사장에 임명되지 않는다면 총파업 등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 야당 추천이사인 이기욱 남윤인순 이사가 25일 KBS본관 6층 회의실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퇴장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이자, KBS ‘사원행동’이 이들 뒤에서 ‘이사회 해체ㆍ공영방송 사수’ 팻말을 들고 있다. 이기욱ㆍ남윤인순 이사는 친여 이사들의 사장 선임 강행을 반대해왔으며,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때에는 사장 후보자 면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거수기’ 거부한 이사들…유재천, 사과 요구엔 답 없어
남윤인순ㆍ이지영ㆍ이기욱ㆍ박동영 이사 등 야당추천 이사 4명이 25일 낮 12시 10분께 이사회장을 빠져나왔다. 남윤 이사 등은 서울 여의도 KBS본관 2층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 만나 “지난 17일 유재천 이사장이 이동관 대변인,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만나 KBS 후임 사장문제를 논의한 것에 문제 제기하고 ‘절차를 보강해 다시 재 공모에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다수 이사들에 의해 부결됐다”며 “미리 내정된 사장 임명을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퇴장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재공모 등 사장 임명 절차 연기에 반대 의견을 밝힌 이사는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이사 6명. 특히 유 이사장은 ‘17일 회동’과 관련해 “부적절한 처사였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답변은 내놓았지만 KBS 구성원들 앞에서 공식 사과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기욱 이사는 “KBS 사장 공모 기간 중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동관 대변인, 김은구 전 KBS 이사 등 7명이 따로 모여 회동한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KBS 사장 임명에 대한 권한도 없는 방송통신위원장이 KBS 후임 사장과 관련한 회동을 주재한 것과 이사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할 이사장이 그 회동에 참석한 것은 명백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건”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윤 이사 등이 빠져나가자 이사회는 곧바로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을 시작했다. 당초 오전 11시 30분경 면접을 치를 예정이었던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은 이사회의 의사진행과정이 길어지면서 아예 출발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바야흐로 이명박의 방송장악이 노골화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