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같이 쌓아올린 컨테이너 박스는 가수 안치환의 말대로 ‘독 안에 든 쥐 꼴’을 자초하고 만 듯하다. 수십 만의 촛불이 운집한 6월 10일 서울 광화문 촛불문화제는 갈수록 만개해가는 ‘정치적 난장’의 거대한 한판 실험장이었다. 그들 앞에 가로막힌 철벽은 안으로는 정부와 국민들의 벽 그 자체이자 밖으로는 국제적인 나라 망신에 불과했다. 여러 날 전부터 준비된 행사이니만큼 이날 무대에서는 낯익은 얼굴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강기갑 의원, 가수 안치환, 배우 문소리 등과 함께 그 동안 줄곧 녹음된 목소리로만 함께 해왔던 가수 양희은이 직접 등장해 '아침이슬'을 부르기도 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를 비롯한 유가협 회원들의 발언시간도 있었으며, 전날 끝내 숨을 거둔 고 이병렬 씨의 유가족도 무대에 올라 인사를 전했다. 본행사가 끝나고 거리행진이 시작되면서부터 촛불문화제의 난장적 성격은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단일한 지도부와 조직된 대중, 정서적으로는 울분과 슬픔에 기초한 기존의 시위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적응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다원성이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 축제처럼 펼쳐졌다.
▲ 촛불문화제의 무대에 선 얼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수 양희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배우 문소리, 가수 안치환. (사진:오마이뉴스)
▲ 컨테이너 벽은 이날 행사에서 큰 몫을 해냈다.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이라며 한껏 조롱거리가 되어준 한편 전세계 사람들에게 진기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민의를 어떻게 대하는지 상징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참가자들의 열의를 북돋아줌과 동시에 활발한 의사표현의 무대까지도 되어주었다.
▲ 광화문 네거리에서 숭례문까지의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참가자들. 광우병 촛불문화제 사상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물리력 동원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한편에서는 시민들이 즉석에서 동참하는 집단 타악 연주가 벌어졌다. 화물연대의 대오 사이로 ‘촛불 데이트족’이 유유자적 밤거리를 누비는 모습은 이를테면 월드컵 응원전과 탄핵반대 집회의 화학적 결합쯤 되는 그 무엇이었다.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여가며 분석에 여념이 없듯, 지금의 촛불문화제는 확실히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어떤 것이다. 이날 컨테이너 벽 앞의 거리토론에서 사회를 맡았던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말했듯 ‘며칠 이러다 말겠지 하고 좌파들이 미적거리고 있을 때’ 시민들은 누구에게도 의지하거나 지시 받지 않고 오늘날까지 촛불을 밝혀 왔다. 이 무한한 에너지가 어디로 향할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듯하다. 정부는 최소한 잠꼬대 같은 배후타령이라도 멈춰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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