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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13년 만에 법정에 서다

녹색세상 2008. 4. 17. 17:01

 

 

 

‘경영권 승계’ 이 회장 지시 여부 최대 쟁점…3개월 이내 1심 선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결국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17일 삼성특검이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이 회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두 번째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이 회장이 법정에 서는 것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은 후 13년만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기업총수 중 하나였던 1995년과는 달리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 삼성을 직접 겨냥하는 여러 의혹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은 우선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회장에게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재판에서는 에버랜드 CB 편법증여와 삼성SDS BW 저가발행이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추진된 것인지를 최대 쟁점으로 하는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은 일단 에버랜드 CB 편법증여에 이 회장의 승인이 있었고 이 회장이 삼성SDS BW 저가발행 당시 이재용 남매 및 이학수 당시 구조조정본부장 등을 BW 인수에 동참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특검에 소환조사 될 당시 “에버랜드 사건에서 계열사측에 지분 인수 포기를 지시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하기도 해 이 회장이 두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날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됐을 때 어떤 법조항이 적용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2003년 에버랜드 전ㆍ현직 사장만 기소된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의혹 재판에서 1심 법원은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며 형법상 업무상배임죄를 적용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당시 에버랜드 CB가 이재용 전무가 배정받은 주당 7천700원보다는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고 보고 특경가법상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했다. 업무상배임죄에 대해 형법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정하고 있지만 특경가법은 이득액에 따라 최소 3년부터 무기징역까지 형을 정하고 있고 이득액을 벌금으로 물릴 수 있게 하고 있어서 에버랜드 사건의 주식가치 평가방법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첨예한 다툼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 및 차명주식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ㆍ관리한 의혹과 관련해서는 특검이 이 회장 등을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만 기소한 상태라 조세포탈 액수 정도에 공방이 머물 가능성이 크다. 특검이 ‘뭉칫돈’의 조성 경위와 사용처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비자금’임을 입증하지 못한 데다 삼성 비자금이 고가 미술품 구입의 원천이 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회장의 개인 재산으로 미술품이 구입됐다고 판단한 것이라 비자금 의혹은 특검 수사 단계에서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이 회장은 배임 행위로 얻은 이득액이나 포탈 세액이 1천억대에 이르는 등 법정형이 무거운 혐의를 받고 있지만 구속될 경우 기업 경영에 공백을 빚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감안돼 불구속 기소됐으며 특검법에 명시된 대로 3개월 이내에 1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이 회장이나 검찰 측에서 항소할 경우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2개월 내에 마치도록 돼 있어 7개월 내에 확정 판결이 나오게 된다. (연합뉴스/백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