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우리말 망치는 민주노동당 선거판.....

녹색세상 2007. 8. 5. 17:23
 

  언제부터인지 정당의 선거운동본부를 ‘선거캠프’로 부르기 시작했다. 멀쩡한 우리말을 두고 외래어가 아닌 ‘캠프라는 외국어’를 사용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캠프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산이나 들에 지은 임시 막사(幕舍), 군대가 야영하는 곳. 주둔지의 막사’로 나와 있다. 선거운동 본부가 야영지에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면 별 할 말이 없지만..... 선거캠프란 단어는 어느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영을 하겠다는 집단이 마구 쓴다는 것은 우리말을 너무 우습게 아는 잘못된 습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누리꾼들이 많이 사용하는 다음이나 네이버를 접속해 국어사전 색을 해 보면 당장 알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말을 아끼고 사라져 가는 옛말을 찾아 자신의 책에 직접 쓰고 갈고 다듬어 ‘우리말 표현 사전’을 만든 고 이오덕 선생님의 “먹물들이 우리말을 망친다”는 말씀이 떠오른다. 재작년 지역위원회 송년회 때 후원당원 한 분이 참석을 했다. 평범히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40대 중반의 인척 동생인데 배웅하면서 “송년회 참석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뭔가 좋은 말은 하는 것 같은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는 말에 난 머리를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맞다, 진보운동 한다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말로 자기만족만 하며 살아온 습성이 몸에 배인 것이다.


  운동권물 조금 먹으면 사용하는 말투가 달라진다. 사소한 결정이나 판단마저 ‘정치적 판단’이라며 거창하게 표현할 때 정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가장 흔하게 듣는 소리는 “막아내자, 되어진다”와 같은 우리말본에 없는 의역이 아닌 직역 번역투의 표현이다. 생물체나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추상명사에다 복수 표현을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추상명사에 복수 표현을 하는 것은 우리말에 대한 무지의 소치임을 알아야 한다. 작년 지방선거 때 후보들이 ‘운동권 사투리’를 버리라고 교직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중3 국어책과 윤리 교과서를 구해 준 일이 있는데 전혀 읽지 않았다. 이러고도 우리가 ‘대중과의 소통’을 말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떠들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정치판 물갈이와 세대교체’라는 어려운 주제를 노회찬 대선예비 후보는 ‘삼겹살 판갈이’로 시원하게 정리를 했다. 정말 우리말 표현에 적절한 것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우리말을 강조하는 백기완 선생을 보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지만 그 정도로 우리말이 사라지고 왜곡되어 있는 게 현실 아닌지 되돌아보자.  우리 민주노동당은 ‘집권’을 목표로 정치활동을 하는 정당이다. 적당히 해서 원내교섭 단체 만들고, 언제일지 모르지만 1야당 한번 하는 게 우리의 목표가 아님은 당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집권을 말하고, 국가경영을 부르짖는 우리가 우리말을 마구 망쳐서야 되겠는가? ‘말은 마음의 표현’임을 우린 잘 안다.  몇 마디 들어보면 그 사람의 평소 습관과 어떤 것이 속에 있는가를 상당부분 알 수 있다. 대통령선거 예비후보들 선거본부에 요청을 한다. “로드맵, 인프라, 패러다임,  SOC, 테스크포스, 집권테제”와 같은 외국어 사용을 당장 없애라고. 어려운 말 마구 쓰고, 외국어 남발하면 대중들은 기가 죽어 우리를 멀리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가 사용하는 단어가 70여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국어사전 어디에도 없는 ‘선거캠프’란 말은 당장 지워 영원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프랑스 사람들의 파랑스어 지키기 위한 노력을 배워야 한다. 우리말을 아끼지 않으면서 집권을 거론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