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길을 떠난 수경 스님…난 절 받을 자격이 없다.
녹색세상
2010. 6. 14. 22:58
“대접받는 중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초심 학인 시절, 어른 스님으로부터 늘 듣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중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칠십, 팔십 노인 분들로 부터 절을 받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은 자신이 없습니다.
위의 글은 불교환경연대 대표로 불교계가 생명운동에 뛰어드는데 큰 역할을 한 수경 스님이 쓴 것 중 일부입니다. 돌연 휴대전화도 끊고 화계사 주지와 조계종 승적을 반납하고 사라지면서 남긴 말이 가슴에 팍 꽂힙니다. 죽어가는 새만금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문규현 신부님과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이명박 정권의 막장 삽질에 오체투지로 저항한 이 시대의 실천하는 수도자이자 참 스승이기도 합니다.
▲ 서울 강남 봉은사 직영 외압 문제로 고생하는 명진 주지를 만나 위로하는 수경(가운데) 스님과, 생명탁발 순례를 한 도법(우측), 이들은 같은 도반(친구)이며 만나면 서로 싸우기도 할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다.
삼보일배를 하면서 무릎 연골을 다쳐 고생함에도 오체투지를 강행해 지금은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할 정도로 몸도 불편하다고 합니다. 오체투지는 자신을 가장 낮추는 불가의 수행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북한 묘향산까지 오체투지를 하려 했으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어 이루지 못 했습니다. 생명이 아파하는 현장에 늘 먼저 달려가는 분이지만 그렇다고 결점이 없는 완벽한 인물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