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고객 돈 60억 빼돌려 차명계좌 1만개 운용
삼성임원 이름 차명주식의 배당금 계좌도 드러나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5일 보험금의 일부를 빼돌려 차명계좌로 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화재 본사와 전산센터 두 곳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또 1만여 차명계좌가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 있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서 만들어진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새벽 3시30분부터 수사관 20여명을 투입해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본사 및 서울 수유리와 경기 과천의 전산센터 두 곳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고객에게 돌려줄 돈(미지급금)이나 보험금 정산 뒤 남은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제보가 특검팀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본사에서만 장비 청구서를 포함한 자동차 보험금 지급 관련 서류 등 27상자 분량을 압수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본관 22층에 제보자가 비밀금고라고 지칭한 공간이 있기는 한데, 지금은 사무실 등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가입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빼돌린 미지급금의 규모가 연간 50억~60억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차명계좌는 금융당국의 감사를 피하려고 50만원 이하의 소액 계좌로 운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회장 일가가 삼성 임원들 이름으로 관리한 차명주식의 배당금 계좌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우리은행이 본인인지 등 신분확인 과정 없이 계좌를 만들어준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쪽은 “전산화된 보험 업무 시스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액수와 계좌 수도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불러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의 부탁을 받고 외국 미술품을 사 들였는지와 ‘행복한 눈물’ 등의 행방을 캐물었다. 홍 대표는 2004년 2월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를 맡았던 한 아무개 변호사와 함께 출석했다. 당시 검찰 조사에선 홍 대표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그림을 사준 사실이 드러났다. 홍 대표는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가 경매 목록을 공개한 뒤 “행복한 눈물을 다룬 바 없다”고 했다가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말을 바꾼 뒤,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김남일 기자)